노을 진 서부 벌판을 말을 타고 멀어져가는 카우보이의 뒷모습 실루엣 — 1970~80년대 영화잡지 인쇄 삽화 스타일 일러스트

셰인, 노을 진 산등성으로 사라진 카우보이의 뒷모습

저물녘 노을을 등지고 말 한 마리가 천천히 멀어져 갑니다. 그 뒤를 따라 소년이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부르지만, 사나이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산 너머로 사라집니다. 명화극장 브라운관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그 소년처럼 화면을 향해 손을 뻗고 싶었을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은 셰인. 1953년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한 이 서부극은 국내에 1956년 11월 2일 단성사를 통해 처음 소개됐고, 이후 MBC(1984년 … 더 읽기

협곡 사이를 낮게 날아가는 검은색 공격헬기와 노을빛 하늘 — 1980년대 로맨스 잡지 유화 스타일 일러스트

출동! 에어울프, 토요일 오후 5시를 휘어잡던 검은 헬기

토요일 오후, 스피커에서 낮게 울리는 로터 소리와 함께 웅장한 신시사이저 선율이 흘러나오면 온 집안 아이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텔레비전 앞으로 뛰어왔습니다. 검은 헬리콥터 한 대가 협곡 사이를 낮게 스치듯 날아가는 그 오프닝 장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절반은 넘어간 셈이었습니다. 제목은 출동! 에어울프. 원제 Airwolf는 미국 CBS에서 1984년부터 방영된 액션 드라마로, 국내에는 MBC를 통해 1985년 10월 … 더 읽기

반짝이는 미러볼과 네온 조명 아래 춤추는 사람들의 실루엣과 회전하는 턴테이블 — 1980년대 네온 시티팝 스타일 일러스트

보니엠, 경양식집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던 낯선 후렴구

경양식집 스피커에서 낯선 언어의 흥겨운 후렴구가 흘러나왔습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그 경쾌한 리듬만큼은 몸이 먼저 알아서 반응했습니다. 디스코텍 조명 아래에서도, 라디오 심야 프로그램 전파를 타고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독 자주 들리던 그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룹의 이름은 보니엠. 1976년 독일에서 결성된 이 혼성 그룹은 몇 년 사이 세계 곳곳의 디스코텍을 점령했고, 그 여파는 한국의 음악다방과 나이트클럽까지 고스란히 … 더 읽기

어두운 오락실에서 조이스틱을 잡고 오락기 화면을 바라보는 소년의 뒷모습과, 그 뒤를 묵묵히 지켜보는 아이들의 실루엣 — 198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갤러그, 백원짜리 동전으로 사던 오락실의 오후

문방구 옆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담배 연기와 기계음이 뒤섞인 공간이 나왔습니다. 동전 부딪히는 소리, 화면 속 벌레떼가 쏟아지는 효과음, 그리고 순서를 기다리며 기계 위에 백원짜리를 쌓아두는 아이들. 그 한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아이들을 몰고 다니던 화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게임 이름은 갤러그. 일본 남코가 1981년 9월 내놓은 이 슈팅 게임은 이듬해인 1982년 한국 오락실에 상륙하자마자 순식간에 화면을 … 더 읽기

만국기 걸린 흙먼지 운동장에서 아이 넷이 말이 되어 웅크리고 그 위에 올라탄 기수가 상대편을 향해 손을 뻗는 기마전 경기 장면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국민학교 운동회 기마전, 모자가 벗겨지던 순간의 함성

세 명이 다리를 얽어 만든 말 위에, 한 아이가 목말을 타고 올라섰습니다. 반대편에서 똑같은 모양의 팀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왔습니다. 순간 두 기수의 손이 뒤엉켰고, 한쪽 모자가 하늘로 튕겨 나가자 운동장 전체가 함성으로 뒤덮였습니다. 이 종목의 이름은 기마전.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던 프로그램이었고, 아이들이 다른 어떤 순서보다 목을 빼고 기다리던 시간이었습니다. 몇 초 만에 승부가 … 더 읽기

비 내리는 홍콩 밤거리에서 권총을 든 채 등을 맞대고 선 두 여형사의 실루엣, 네온사인이 청록빛과 붉은빛으로 반사되는 젖은 도로 — 1980년대 홍콩 액션영화 느와르 잉크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예스마담, 스턴트 없이 직접 싸운 양자경의 데뷔작

극장 스크린 속에서 주먹을 날리는 건 늘 남자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달랐습니다. 정장 차림의 여자 형사가 스턴트맨 없이 직접 몸을 던져 싸우는 장면에, 객석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영화 제목은 예스마담, 원제는 황가사저(皇家師姐)였습니다. 1985년 홍콩에서 만들어져 국내에는 1986년 7월 19일 개봉했습니다. 연출은 원규(코리 유엔 콰이), 제작은 홍금보가 맡았습니다. 원제 황가사저를 그대로 풀면 ‘왕실 소속 … 더 읽기

만화방 서가 앞에서 만화책을 둘러보는 소년의 뒷모습과,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빛 골목 농구대에서 노는 아이들의 실루엣 — 1980~9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슬램덩크, 만화방 대여 카드에 이름을 적던 아이들

만화방 문을 밀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너덜너덜해진 표지였습니다. 빨간 머리 소년이 공을 든 채 뛰어오르는 그 표지 한 권을 서로 먼저 보겠다고 대여 카드에 이름을 적어두고 순서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골목 어귀 농구 골대 앞에도 어김없이 그 만화 얘기가 오갔습니다. 제목은 슬램덩크. 일본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슈에이샤 소년점프에 … 더 읽기

밤 도로에서 손목시계에 대고 말하는 남자의 실루엣과, 빨간 스캐너 불빛을 켜고 다가오는 검은 스포츠카 — 1980년대 로맨스 잡지 유화 스타일 일러스트

전격 Z작전,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를 부르던 아이들

손목시계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저 혼자서 문을 열고 달려오는 검은 자동차. 그 장면 하나로 온 동네 남자아이들의 손목이 분주해졌습니다. 시계도 아닌 걸 손목에 차고 다니며 입을 갖다 대고 “키트, 이리 와”를 속삭이던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제목은 전격 Z작전. 원제는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로, 미국 NBC에서 1982년 9월부터 1986년 4월까지 4개 시즌 90회에 걸쳐 방영된 … 더 읽기

백화점 쇼윈도 너머로 우아하게 서 있는 여성 마네킹을 바라보는 남자의 뒷모습, 따뜻한 조명과 도시 야경 반사 — 1980년대 로맨스 무드의 느와르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마네킹, 그 시절 남학생들은 왜 킴 캐트럴에 빠졌을까

백화점 쇼윈도 안, 마네킹 하나가 조용히 눈을 떴습니다. 인형처럼 서 있던 그 얼굴에 표정이 스치는 순간, 스크린 앞에 앉아있던 중고생들의 눈도 함께 커졌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건너온 영혼이 마네킹의 몸을 빌려 되살아난다는, 그때까지 본 적 없는 설정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은 ‘마네킹’. 1987년 2월 미국에서 개봉해 그해 국내 극장에도 걸린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제작비는 790만 달러 안팎으로 크지 않았지만, … 더 읽기

짲으로 꿀 동채를 들고 색동 한복과 갓을 쓴 대장 두 명을 어깨 위로 태운 아이들, 뒤로 만국기 언덕과 학교 건물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운동회 차전놀이 실사 스타일

국민학교 운동회 차전놀이, 동채가 기울던 순간의 함성

운동장 한복판, 굵은 나무 기둥 두 개가 서로를 향해 밀려들었습니다. 그 위에 올라탄 대장의 몸이 휘청거릴 때마다 운동장을 둘러싼 아이들의 함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흙먼지 사이로 청군과 백군의 깃발이 나부끼던 가을 오후였습니다. 평소엔 조용하던 운동장이 그날만큼은 마을 전체가 모인 것처럼 시끌벅적했습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행진곡, 확성기를 든 선생님의 목소리, 그리고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아이들의 함성까지 뒤섞이면 … 더 읽기